건강보험계 강좌(2차) 기록
일시 10/22(토) 16:00~18:00
장소 용산나눔의집
기록 김기민(건강계상임운영위원)
- 강사 소개 : 강정훈
- 안산 트라우마 치유 센터에서 활동중이신 정신과 의사
- 편하게 서로 의견 공유하면 좋겠다.
- 빈고는 잘 모르고 왔지만, 빈집은 친구 따라 와서 수제 맥주 얻어 마신 적 있다.
- 여러분들이 함께 일상에서 더 많은 것들을 나누고 있다. 세세한 노하우나 경험이 더 많을 것. 주변 사람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요즘 정신과 분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도움 드리고 있는지 서로 힌트를 공유하고 얻어갈 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 언어
- 우리에게 어떤 고통, 어려움이 생기면 하나씩 해결해간다. 인류가 이렇게까지 성장하고 문명을 이룩한 원인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 문제 생기면 파악, 평가, 진단, 예측, 비교하는 과정이 모두 언어를 통해서 이뤄진다. 내가 이런 고통이 있으니까 이런 증상일거야라고 언어화하고 그 해결방법도 스스로 언어화한다. 문제는 이런 언어화의 도구에 갇혀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 문제가 있을 때 해결을 위해서 동원하는 첫 번째 도구가 언어.
- 언어가 훌륭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말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 언어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걸 아는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평가 진단 예측 비교 과정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마치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 예
- 이미지/기억 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가 갑자기 나를 찾아오듯이 허락받지 않고 불쑥 찾아온다.
- 예를 들면 어떤 친구와의 관계가 지금 나에게 이슈.
- 왜? 어떻게?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 사실은 고통의 원인이 찾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 정말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그 이후 왜, 어떻게를 고민하는 과정. 언어를 통해 답을 찾기 위해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더 오랫동안 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 예전에는 정신과에서 감정에 주목. 해소되지 않는 감정을 적절히 표현해내고, 감정적 짐을 덜어주면 사람들이 편해지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사람이 행복해지고 즐거워질까? 사람의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건강하게 바뀌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칭찬보다 지적을 많이 했던 부모님과 살다 보면 사소한 실수에도 상처받고 위축되는 경험을 하게 됨.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마음을 바꿔봐. 자존감이 낮으니까 자존감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했지만 딱히 성과가 없다. 낮은 자존감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1, 2년이 아니라 계속해서 매일같이 해온 것이기 때문에. 오래된 것. 엄마와의 관계가 평생을 통해 영향을 미치고 반복하게 된다.
- 정신적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오래된 방법, 가령 종교를 보면. 고통의 원인들과 싸우는 것은 방법이 없다.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감정이란 매일 날씨 같은 것. 오늘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날씨가 개도록 노력할 수는 없다. 단지 기다리는 것.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기분이 좋으면 좋은 거고 나쁘면 나쁜 것.
-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행동.
-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데 여러 가지 요인들이 개입. 친구가 이해 안되는 행동을 했을 때 너 왜 그랬어, 라는 질문은 효율적인 효과적인 질문이 아닐 수 잇다. 대화가 게속 산으로 간다. 잘못된 행동을 했으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감정, 믿음을 바꿀 방법은 없다.
- 잠을 잘 자고 싶은데 잠이 잘 안오는 것. 그럼 잠에 대한 불안이 높아진다.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까, 왜 잠이 안오지?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진다. 약도 찾아보고, 따뜻한 물도 마셔보고, 침실을 꾸며볼까 등등 방법을 생각해본다. 모든 생각이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가득 차게 된다.
- 실제 불면증으로 찾아오는 환자를 많이 보는데, 대체로 하루 이틀 못 자는 것을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하는 분들은 불면증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닥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애쓰는 분들이 불면증을 겪게 된다. 우리가 심장 뛰는 것을 조절할 수 없는 것처럼 잠도 조절할 수 없다. 우리 생체 리듬이 자연적으로 갖게 되는 것.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해 답을 찾고자 하는 것. 그 과정에서 불안이 반복적으로 찾아오게 됨.
- pain 어쩔 수 없는 것 / suffering. ‘고통’과 ‘고통을 겪는 것’은 다르다. 고통은 막을 수 없지만 고통을 겪는 것은 조절 가능.
- 빈집에 손님이 찾아온다면. 난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데. 이유는 딱히 설명할 수 없지만 뭔가 나랑 안 맞는 사람이 찾아왔다면. 아 찾아왔구나. 원래 뭘 하기로 했는데 온 신경이 그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가있게 되는 것. 그래서 제대로 집중할 수 없고 시간을 망치게 됨. 속으로 생각할 수 있고 실제로 행동할 수 있는데. 왜 왔지? 어떻게 왔지? 안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 되면서 오히려 지금 내가 실제로 가치 있게 느껴야 할 시간들,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쓸데없는데 자꾸 시간을 보내고 있게 된다.
- 최근 정신과 치료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빠르게 인지하고 언어화 과정으로 넘어가지 않게 한다. 불교에서 전통적으로 해오는 명상 수련과 대동소이.
- 이야기로 서술 되는 나가 있고, 지금 현재 오감으로서 인지하고 있는 나가 있다. 이야기 속의 나는 주로 과거나 미래에 있다. 현재를 경험하는 주로 오감을 쓰고 있는 나와 과거의 나가 서로 균형을 맞추고 있어야 한다.
- 오래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분들의 경우 주로 이야기 속의 나 – 과거, 미래에 몰입하는, 현재를 살고 있지 못하는 분들.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측, 힘들었던 과거에 빠져있는 사람. 두 가지는 다 필요하고 균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가치 있는 것, 해야 할 것들을 찾고 있을 때는 이야기 속에서 서술 되는 나도 필요하고, 현재를 경험하는 오감 속의 나에게도 적절히 주의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명상법이 있지만, 현재를 온전하게 판단 없이 비교 분석 예측 없이 무비판적으로 경험해보는 것. 그래서 많은, 무수한 명상법들이 개발 됨. 논리에 빠져 있는 철학자들이 산책을 즐긴다.
- 연민. 기독교, 불교에서 강조하는 단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는 체계화된 과정을 종교라고 본다면 이것이 갖는 힘이라는 것이 분명 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힘든 것을 나누기 위해 혼자 있지 않고 함께 있는 것 아닌지.
- 고통이 왔을 때 답을 찾고자 하는 과정으로 빠지는 것은 나만 그런 것 같기 때문. 고통에 답이 있을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이유.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나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연민을 통해 나눌 때 편해질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나누기 위해 모이는 과정이 중요. 그래서 연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절하여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하다.
- 힘들어 하는 사람을 보며 연민을 느낄 때 답을 찾아주려 하면 안 된다. 일단 공감해주고 답을 찾아주려 애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진부하다. 고통의 당사자 앞에서 자기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말을 한다는 것은 진부하다.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언어 속에 있는 것들이 강화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를 좀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균형감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질문. 도움을 주는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본인이 힘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 답변. 타인 중심적으로 사는 분들이 있다. 남에게 신경을 뺏기는 분들.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지, 이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집중하는 분들은 남을 돌보는 것은 잘하는데 자신을 돌보는 것이 잘 안되는 경우가 발생.
- 누군가를 돌볼 때도 우선해서 내 안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잘 살필 수 있어야 남도 잘 돌볼 수 있음. 남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높고 연민을 가져보는 게 훈련이 도움이 될 수 있음.
- 계속해서 에너지는 밖으로 쏠릴 것. 다른 사람에게 신경이 간다. 그 안에서도 내가 지금 상태가 어떤지, 내 마음에 어떤 것이 들어왔는지 모니터링하고 자각하는 것이 중요. 빈집. 비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무엇인가 들어올 수 있음. 계속해서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
- 나를 먼저 돌보고, 나를 연민하고, 고통이 왔을 때 회피하지 않고. 내 고통을 얼마만큼 이해하는지에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더 잘 살필 수 있다.
- 질문. 그게 잘 안 된다. 알지만 안되는 걸 어떻게 하는지. 왜 그런지도 알겠다. 벗어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울증 자조모임을 만들어야 하나. 친구에게 나의 힘듦을 말할 수가 없다. 친구와 멀어질까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연민을 가지라고 하는데, 연민을 나누려다가는 친구와 멀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만나서 연민을 나누고.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해결하라고 하지 마라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껴진다. 연민을 나누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 재질문. 자조 모임은 만들었는지?
- 질문자 답변. 물어보고 만들지 말지 결정.
- 답변. 해결 방법이 사실 없다. 해결 방법이 없는데 반복적으로 답을 찾고 있는 문제 상황이 있다. 지금 온 분들도 답을 찾기 위해 왔을 수 있다. 근데 답이 없다고 말했으니 얼마나 힘이 빠질까.
- 내 감정도 통제, 조절이 안되는데 타인의 감정을 어떻게 통제, 조절할 수 있는가. 그런데 조절하려고 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모든 이야기가 그 문제로 귀착된다.
- 해결 방법이 없는데도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왜, 어떻게를 끌어내려고 하지 말자. 그것이 사람을 심리적으로 유연하게 만든다.
- 재질문. 과거 기억이 떠오르는 것, 소환해내는 것이 어쩔 수 없다. 보는 순간 당연히 떠오르는데. 하지만 나는 그것을 멈출 수 없다. 그럼 내 잘못인가.
- 답변.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다. 나는 그것을 조절할 수 없다. 그것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자물쇠를 채우고, 비번을 바꾸고, 협박도 해보고 얼러도 보고 하는 그 과정에서 점점 그것과 얽히게 된다. 문제 해결 방법을 찾지 않고 같이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질문. 인식하고 언어화화고 행동으로 옮겨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근데 고통을 고통이라고 느끼고 끝나면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어쩌다 당했는지,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내가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설명해주신 방법은 그냥 속으로 삭이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 답변. 내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따져 묻고,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 방향은 목표가 아니다.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방향만 잘 알면. 우린 분명 행동을 해야 하고 가치 있는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한다.
- 빈집에서 파티를 한다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서 선물도 나누고 즐겁게 지고 있는데 내가 싫어하는 누군가 초대도 안했는데 왔다면. 그 순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고 그 싫어하는 사람을 신경 쓰게 된다. 그 다음부턴 파티가 즐겁지 않게 된다. 그 때 내가 했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선물을 풀어보는 것. 근데 싫어하는 친구에게 신경을 쓰게 됨.
- 의견. 같은 고통을 겪는다고 해도 사람 따라서 다르게 겪는다. 같은 사람도 때에 따라 다르게 겪기도 한다. 내 마음의 집 구조를 스스로 바꿔나가는 과정이 성장 아닐까.
- 질문. 요즘 추세가 정신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치료를 받고자 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담을 위해 의사를 만났는데 의사도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에게까지 그런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의사를 만나야 할지 궁금하다.
- 답변. 의사니까 환자를 돌봐야 할 것 같고. 지금 내담하고 있는 분들을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규정 짓는 것, 병이다 비정상이다 하는 것이 나를 불편하게 할 때가 있다. 성인과 소아 청소년의 차이는 스스로 돌볼 수 있느냐 아니냐. 보호자가 필요하다며 성인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때로는 현실 능력이 떨어지고 스스로를 온전히 돌보기 어렵다 느낄 때는 의자라도 마치 보호자처럼 나서서 입원시키고 치료를 열심히 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모호하다. 누구나 일시적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우울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자연스런 감정이고 또 필요하기도 한 감정.
- 실제 동성애는 78년까지 치료 받아야 할 정신 장애로 분류했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상실감을 병으로 볼 것인가. 이 또한 최근에 논란이 있다. 우울증에 넣어 잘 치료 받게 하자는 흐름이 있다. 세월호 부모들을 환자로 취급하고 빨리 치료받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불편할 때가 있다.
- 연민이라는 것은 왜, 어떻게 언어화 과정으로 시작해선 안 된다. 치료받아야 할 환자로 보는 것이 맞는가. 상대의 고통을 함께 겪겠다는 마음으로 같이 할 때. 면담의 형식도 자연스럽게. 내가 알고 있는 정신과 의사의 상을 계속 무너뜨리면서 활동.
- 재질문. 부동산 이용할 때, 이런 집은 피해라 같이 현실적 지침을 알려줄 수 있는지.
- 답변. 평가를 굉장히 잘 하는 의사. 어떤 기준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본인 스스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 질문. 왜 사람들은 자꾸 언어화 과정에 빠지는가. 뇌에는 부정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의 뇌만 가진 특성이 있는지. 이야기 속이 영역에 줄곧 빠지는데, 내가 겪은 과거 상처나 사건들은 – 가령 내가 유리인데 내가 깨졌다면 – 치유할 수 없는데, 고통을 덜 받으려면 나와야 하는데 쉽게 나올 수 있는 방법 있는지.
- 답변. 생존에 필요한 원초적 감정은 불안, 두려움.
- 언어 영역은 대뇌. 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는 두 가지 채널이 있다. 한 채널은 현재를 경험, 다른 채널은 과거와 미래. 양쪽 채널에 다 있다. 이야기 속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균형을 찾을 수 있는지. 오감을 잘 써서 현재에 존재하도록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할 때 명상 이용. 주변 소리에 집중해보는 초보적 훈련. 호흡은 어떤 순간에도 내가 늘 하고 있는 것. 호흡을 발견하면서 현재로 빠져나오는 훈련.
- 질문. 스스로 애도를 병리적 상태로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궁금하다.
- 답변. 그런 기준 자체가 오히려 도움이 안될 것 같다. 정확한 범주 나누기는 이야기 속의 나를 강화시키고 언어화 과정에 머물게 하는 것. 현재를 경험할 수 있도록 거들어주는 것이 중요.
- 내가 환자인가요 궁금할 때. 그것을 모호함의 범주에 넣고 싶다.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건강한 분이 많다. 내가 손상되어 있다는 기분. 수습되지 않는 정신/신체 상태임을 느끼는 사람에게 ‘당신은 정신과 환자입니다’라는 언어적 낙인이 오히려 이야기 속의 나로 빠져들게 한다.
- 빈집도 주인, 손님이 모호해지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해야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 질문. 마음의 생각이 소리로 들리는 것은 병인가.
- 답변. 정신 장애라는 진단을 내릴 때는 증상으로 인해 일상 생활 속에서 얼마나 힘들어하는가가 중요. ‘그 분’이 와서 대화를 하면서도 내 일상이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문제가 아니다.
- 내가 느끼는 불안.
- 처방, 면담을 답으로 생각하고 그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질문. 옳으냐 그르냐 판단할 때가 아니라 힘들어서 약을 복용. 두 달 정도 지나니까 울컥하고 힘든 감정이 약간 덜 생각나는 등 변화를 스스로 느끼기도 함. 컨디션이 좋아지고 나니까 내가 우울하고 힘들게 느꼈던 감정들이 그립기도 했다. 내가 둔감한 사람이 된 것만 같고, 내가 내가 아니게 된 것만 같은 혼란스러운 감정. 약이 끊거나 줄이면 바로 또 예전 최악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지 걱정 되어 의사에게 물어보니 최소 6개월은 더 먹어야 다시 힘들어지거나 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일단 의사 처방을 신뢰하고 따르기로 한 상태. 자기 고통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되면 견딜 수 있게 된다는 말을 봤고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기 위해 책을 읽거나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가 있었다. 어떤 시기에는 고통을 견디는 힘이 되기도 했었고, 또 어떨 때는 힘들었던 게 떠오르고 내 현재를 잠식했던 것 같은 혼란을 느꼈다.
- 답변. 상처를 꺼내어 이야기하게 하느 것은 어떤 면에서 고통스러움을 재경험 하는 것. 요즘은 안정화, 좀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면서 이야기도 같이 듣는 방식. 원칙적으로는 안정화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지만 사실상 병행하는 것. 내담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하고 싶은데 의사가 자꾸 현재에 집중하는 것으로만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 의사 의견을 믿고 싶다는 것은 의사-환자 관계가 좋은 것 같으니 일단 믿고 가보는 것을 권함. 자기 처방을 내리는 방식은 좋은 약물 치료는 아니다. 염려가 되는 것이 있다면 의사와 계속 이야기 나누면 될 것. 내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화 통해 같이 가는 것이 좋겠다.
- 약물 치료의 기본은 일단 불안감을 줄이는 것. 불안감은 생존에 필요한 절대적 감정.
-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약물 치료와 면담이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사람은 계속 바뀐다. 매일 같이 바뀌고 환경도 내 몸도 바뀐다. 약을 어느 정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 질문.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지금 당장 죽을 것 같거나 하진 않지만 뭔가 쌓이는 느낌. 하나의 트라우마가 되는 과정. 사람은 어느 정도의 정신병을 갖고 있으니까. 당장 죽겠으면 병원에 가겠는데, 평소에는 내가 이 정도로 가야 하나 고민. 잘 자진 못하지만 일상이 불가할 정도는 아닌 상태지만, 이런 것이 계속 쌓여가고 있다는 생각. 직장 생활을 웃으면서 평범하게 할 순 있는데, 누군가를 웃으며 만날 수 있는가 생각하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 점점 나아지고 있지 않다면. 더 힘든 사람도 많은데 내가 가는 게 맞을까. 우울증, 불면증은 누구나 다 갖고 있지 않은가. 가야 할 시기는 언제일까. 잘 모르겠다. 이게 병원에 갈 정도인지, 남들도 이런지. 현상 유지하고 있거나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답변. 병원이든 모임이든 나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관계, 삶 속에서 나누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병원이나 심리상담도 필요. 따로 정해진 시점이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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