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를 조합원들과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는 오디의 제안이 있었고,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정리해 귀국하면 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보겠다 했는데, 생각보다 블로그에 글쓰기가 잘 안되지 뭐예요. (아이패드로 네이버 블로그에 글쓰기, 뭔가 되게 복잡하고 불편하더라는;) 그래서 쉽게 접속하고 자주 애용하는 페이스북에서 간간히 소식 전하며 이야기 들려드릴까 합니다 =)
2/2~15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작 관람차 베를린 체류
퀴어영화들만 모아놓은 테디베어 섹션의 영화들을 주구장창 보았어요. 올해로 서울LGBT영화제 스탭으로 활동한지 5년차가 되는데요, 작년부터는 프로그램팀장으로, 올해부터는 사무국장도 겸하게 되면서 영화제 활동을 좀 더 폭넓게 경험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마침 제가 남유럽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안 프로그래머 Dave 가 함께 베를린영화제에 가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가게 되었는데요, 정말 하루의 시작과 끝을 퀴어영화로 시작해서 끝냈던 2주간의 시간을 잊지 못할 거예요. 더불어 베를린 체류시 숙소를 제공해주었던 또다른 프로그래머 윤주 덕분에 매일같이 부엌에서 요리하고 함께 식사하는 로망을 실현할 수 있어서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
2/15~2/27
베를린에서 니스로 넘어왔어요. 알프스 산맥을 넘으니 볕이 달라지더군요. (비록 니스 공항에 도착했을 땐 비가 주룩주룩 내렸지만;;)
니스 근방의 Golfe-Juan 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나흘 정도 보냈어요. 요트들이 정박해있는 항구 바로 앞에 위치한 건물 꼭대기층이라 아침이 되면 지중해 너머에서 떠오르는 태양 때문에 자동으로 기상하게 되는 멋진(!) 곳이었죠.
에어비엔비 통해 찾은 숙소인데, 가격이 저렴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게이 커플이 사는 집이라서 꼭 가보고 싶었어요. 체코 출신의 루카스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벤이 알콩달콩 투닥거리며 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어찌나 샘이 나던지ㅋㅋ
그곳에 머물면서 근처의 안팁, 니스, 모나코 등등도 마실다녀왔답니다. 이곳도 겨울이지만 지중해의 2월 햇볕은 참 따사로워요. 바람만 불지 않으면 정말 겨울인지 모를 정도. (다만 바람이 아주 잘 불어욬ㅋㅋ)
루카스와 벤의 집을 떠나서는 걸어서 서쪽으로 갔어요. 베를린과 함께 유럽 3대 영화제가 열리는 곳 중의 하나인 칸을 지나 생트막시메까지, 마지막에는 종일 비를 맞고 걷느라 고생을 된통 했더랬지요.
이후에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어요. 이예레스라는 도시 변두리의 해안가 시골 마을의 작은 오두막에서 묵었는데요, 알고보니 집주인이 여름 별장처럼 쓰는 곳이었나봐요. 덕분에 이틀 내내 혼자서 밥 해먹고 뒹굴고 산책다니며 아주 제대로 늘어져보냈어요.
지금은 뚜롱에 왔어요. 니스 이후에 만난 가장 번화한 도시이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처럼 마르세유에 가까워질수록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에서 온 이주민들을 점점 많이 만날 수 있어요.
제가 마르세유로 간다고, 마르세유에서 모로코로 간다고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요. 마르세유는 아랍계 이주민들이 많아서 치안이 불안하고 위험하다, 모로코에선 눈 감으면 코 베어가니 조심해야 한다 등등.
여행지에는 낭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모를 만큼 세상을 모르지는 않지만,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해요.
'내가 사는 서울도 만만치 않게 위험해'
칼 들고 사람을 위협하는 강도와 사기꾼이 활개치는 도시의 흉악함은 이루 말할 데 없지만, 고통과 절망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세계 최고로 많은 서울의 흉포함은 그보다 더 크지 않나요.
저는 잘 지내요.
저도 조심할게요.
여러분도 조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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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그룹에 올렸던 글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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