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어요. 구름이 낀 것 같기도 하고 안개가 자욱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햇빛은 나는 이상한 날씨예요.
처음으로 카우치 서핑에 성공했어요. 뭔가 간택받은 느낌이 들어요. 호스트인 Hassan 은 뭐랄까, 그 동안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만나봤던 젊은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예요. 그 또래 청년들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정서는 비슷하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탈출을 열망하고 있어 보였어요. 이곳엔 희망이 없다고, 내 꿈은 이 땅에 없다고 말하는 그의 고백에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었어요.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여기에 없는 희망은 그곳에도 없다고. 참 식상하고 별 위로가 안되는 말이지만 그저 네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해주었어요.
희망은 어디에 있나요. 우리의 행복은 어디로 갔나요.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는 결국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안의 새장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발견하고, 아 행복은 우리 곁에 있었던 것이로구나 같은 개소리는 개나 줘버려요. (미안해 개야..)
모로코를 식민 지배했던 스페인과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철수했지만 과연 정말로 끝난 것일까요. 어쩌면 그들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했던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떠났을지도 몰라요. 스페인어와 프랑스어가 어디서나 자유롭게 통용되고, 그래서 스페인인과 프랑스인은 자기 나라에 있는 것처럼 말하고 돌아다니죠. 내가 아랍어로 말해도 굳이 프랑스어로 답하는 모로코인들은 지중해 건너 유럽을 선망해요. 경제적으로도 의존적이고 종속적이죠. 유럽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뿌리고 가는 유로화가 아니면 모로코는 어떻게 될까요. 이거보다 더 철저하고 확실한 식민 지배가 어디있나요.
희망과 행복은 여기 없어요. 그 어디에도 없어요. 누군가 빼앗아갔고 강탈해갔어요. 그리고 돌려주지 않았어요. 그들이 탈취해간 희망과 행복이 아닌, 내 안에서 샘솟는 희망과 행복을 새로 발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빼앗긴 것이 빼앗기지 않게 되는 건 아니예요. 다시 돌려받게 되는 것도 아니예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예요.
우리가 사는 땅에는 희망이 있나요. 행복이 설 자리가 있나요. 누가 빼앗아 갔나요. 우리는 돌려받았나요. 돌려받기 위해 무얼 했나요.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는 건가요. 갑작스레 치밀어오르는 화를 나는 이렇게 싸지르면서라도 쏟아내지만 그렇게도 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화는 어떻게 하나요.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요.
2 / 4 / 2015
Agadir, Maroc
기민
모로코가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얘기만 언뜻 들었었는데, 그런 배경도 있군요. 한국은 미세먼지가 가득해진 공기만큼 답답한 일들이 끊이지 않네요.
여행하기는 좋아요. 물가도 비교적 저렴하고, 관광산업이 흥해서 여행자나 관광객들도 많이 오고..
문제는 여기 사는 사람들이 살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뭐 사람 사는 곳은 다 그렇다고 한다지만;
기민님~~ 흠 그랬네요 모로코, 말로는 마냥 새롭고 멋진 향기가 풍기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세상에 마냥 새롭고 멋진 향기가 풍기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지상낙원이겠지요.
살아 생전에 그런 곳에 가볼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가볼 수 있기를 기도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