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여행이야기 #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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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책을 하는데 강아지가 따라왔어요.

목줄을 하고 있어 근처에 견주가 있나 싶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사람은 없었어요.

내가 가는 길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따라오는데 싫지 않았어요.

초등학생때 집에서 강아지를 키워본 이래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본 적 없고,

책임감을 갖고 키워낼 자신이 없어 앞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 계획이 (아직) 없는 내게

잠시동안이나마 견주가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늘 혼자 다니는 여정에 동행이 있어 반갑기도 했어요.

 

해변에 도착해 모래사장에 누워 슬슬 오는 졸음을 만끽하고 있는데

강아지는 내 옆에 턱 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함께 꾸벅꾸벅 졸고 있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불러도 그 때 뿐, 이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자리를 지켰어요.

나는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혹시 이 녀석이 끝까지 나를 따라오면 어쩌지? 나는 내일 여길 떠나는데..'

 

나만 바라보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생긴다는 건 참 기쁜 일이지만,

나는 언제나 그 다음을 염려하며 걱정해왔던 것 같아요.

함께 하지 못할까봐, 내 마음이 변할까봐, 이럴까봐, 저럴까봐..

그래서 이내 포기하거나 마음을 접을 때가 종종 있었어요.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집으로 돌아가는데 강아지는 계속 내 뒤를 졸졸 따라오다가

마주 오던 잘 생긴 유럽 남자들이 강아지를 보고 환장하자 그 곁을 맴돌며

더이상 나를 따라오지 않았어요. 멀찍이 서서 사진 찍고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옆에서 꼬리 흔들며 반겨할 때 한 번 쓰다듬어주기라도 할 걸 싶었어요.

혹시나 잠시라도 곁을 내주면 계속 나를 따라올까봐, 그래서 어쩔 줄 모르게 될까봐

그냥 밀어냈던게 후회가 됐어요.

그 땐 또 그에 맞는 방버을 떠올리면 될 일이고,

지금은 그냥 사랑해주기만 하면 되는데 나는 그걸 몰랐어요.

 

살면서 그렇게 떠나보냈던 순간들은 더이상 희미해서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늘 아쉬움을 남겨요.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해보지만 시간이 지나 또 잊어버리고

다시 아쉬움만 남겨둔 채 잊어버릴지도 몰라요.

그 때 누가 내 등짝에 스매쉬를 날려 오늘의 기억을 번쩍 떠오르게 해주면 참 좋겠어요.

 

5 / 4 / 2015

Mirleft, Morocco

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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