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단에서 OO은행을 준비하고 계신 연구원께서 보내주신 질문지에 대한 답변글입니다. 
우리 스스로도 질문하고 답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한번 정리하고 내용 공유합니다. 

저희가 올 해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OO은행은 3無(무보증, 무담보, 무이자) 소액대출을 핵심으로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금융’ 삶을 지키는 ‘복지’라는 모토 아래 OO금융복지센터를 운영 중에 있고, 이와 연대하여 취약·빈곤계층의 주민들에게 3무 신용대출을 통해 자립지원을 도모하고자하는 취지입니다.

OO은행 설립 실무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 질문 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공동체은행 빈고입니다. 반갑습니다. 금융복지센터를 운영중이시고 취약빈곤계층과 함께하고 있으니, 이미 많은 경험과 관계를 가지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희가 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그냥 저희 소개라고 생각하시고 참고 정도만 하시길 바랍니다.

질문 1) 공동체은행 빈고는 은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았나요?

• 법적으로 ‘은행’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는 것은, ‘은행’을 사칭하여 불법적인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사기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어쨌든 ‘은행’이라는 이름 자체는 허가된 곳이 아니면 쓸 수 없고, 허가는 사실상 불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은행은 아닌데 ‘은행’이라는 단어를 쓰는 단체는 적지 않은데, 당장 불법으로 문제삼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 빈고는 銀行이 아닌 恩行이고, 은행에 반대하는 은행이라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따라서 빈고가 은행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는‘은행’과 유사하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은행이 뭐 별거냐 또는 ‘은행’을 대체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 정도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질문 2) 공동체은행 빈고는 (사회적)협동조합인가요? 협동조합이 아니라면 법적(사회적) 지위는 어떻게 설정하나요?

• 빈고는 협동조합의 전통을 존중하며, 협동조합 8원칙의 대부분에 동의하고 지켜나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하나의 협동조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빈고는 법적인 협동조합이 있기 전부터 자율적으로 조합원들의 출자, 이용, 연대, 운영으로 꾸려지고 있고, 총회에서의 기본적인 1인 1표를 비롯해서 민주적인 조직을 만들어 왔습니다.
• 협동조합기본법은 금융조합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말하자면 빈고는 미등록 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허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빈고가 법적인 지위를 가질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합의 독립성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이러한 중요한 결정은 조합원들이 직접 내릴 문제입니다.

질문 3) 출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경우가 있었나요? 혹은 출자자들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 출자자의 손실이 어떤 것인지요? 협동조합의 출자금과 이윤/손실이 개념은 조합원들이 어떻게 정하고 약속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어떤 조합은 출자금이 목적하는데 잘 쓰이기만 한다면, 출자금의 삭감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빈고의 경우는 가난한 사람들이 본인 자산의 상당부분을 출자하는 경우가 많아서 되도록 출자금의 반환이 유연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출자자의 목적이 배당이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자산을 운영하지 않고, 은행 이율 이하의 배당을 탈퇴할 때까지 적립합니다.
• 한편 빈고의 손실은 출자자만의 손실이 아닙니다. 이용자, 연대자, 운영자에게도 잉여가 분배되어야 하고, 손실도 함께 막아야 할 과제입니다. 모두의 노력으로 다행스럽게도 빈고는 창립 후 지금까지 7년간 꾸준히 출자자, 이용자, 연대자, 운영자에게 조금이나마 잉여를 나누고 적립해 올 수 있었습니다.

질문 4) OO은행은 대출은 물론 장차 이용자들로 하여금 예금도 하게 하여 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을 계획 중입니다. 혹 공동체은행 빈고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업방식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예금’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이자’를 약속하고 돈을 모으는 것이 바로 법적으로 허가된‘은행’만이 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일정한 이자를 만들어내는 것도, 정확히 원금을 보장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축으로 이자를 만드는 것에 어떤 긍정적인 의미를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 대출 또한 어떤 대출을 하시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3無 대출의 취지는 짐작이 갑니다만, 실제로 그것만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여러 신용협동조합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 빈고의 출자자는 이자와 원금이 약속된 예금이 아니라, 손실 가능성도 있고, 조합원인 한 받을 수도 없고, 제한된 배당만을 적립하는 출자를 합니다. 빈고 이용자는 대출을 받는다기 보다는 공동체와 공동체구성원들이 필요한 공간, 활동, 생활을 위해 이용계획을 하고 그에 따라 공유자원을 이용하고, 이용수입을 공유합니다.

질문 5) 공동체은행 빈고만의 운영 노하우로서 새로 시작하는 저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빈고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얘기하고 공부하고 실행해온 거의 모든 정보는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준비하시는 일 잘 진행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희에게도 가르쳐줄 것이 있으면 공유해주시고 기회가 되면 만나뵐 수 있으면 더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