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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협운동의 역사와 흐름 그리고 쟁점
생협전국연합회 사무총장 이재욱
1. 들어가며
생협은 무엇인가?
생협을 무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조합원들은 어떤 생협을 이용하는지에 대해서 다르게 대답할 것이다. 대학생협의 조합원은 ‘생필품이나 식당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곳’이라는 대답이 압도적일 것이다. 의료생협의 조합원은 뭐라고 대답할까? ‘병이 나기 전에 예방과 건강을 관리해주는 곳’이라는 대답을 할까? 지역(구매조합)생협의 조합원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심하고 좀 더 싸게 사는 곳’이 일반적인 대답일 것이다. 일반적인 시민들도 생협하면 ‘생협매장’을 생각하고 유기농산물을 떠올릴 것이다.
생협활동가들도 생협을 공간 개념의 장소로, 사업을 매출로 연결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생활협동조합은 생명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고 이웃과 공동체를 이루며 협동하는 삶을 살자고 만든 조직이다. 위의 대답들은 생협의 활동 중에 중요한 부분이지만 생협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을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것이 지난 30년 가까이 활동하며 구축한 생협의 이미지라면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목적과 지향을 알리기 위해 즉 생협의 정체성을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일 것이다.
역사에 대한 기록은 어떤 사람이 어떤 관점에서 썼느냐에 따라 특정 부분이 과도하게 드러나거나 왜곡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역사에 대한 글을 쓴다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협에 대한 글을 쓴 것은 그래도 몇 년 동안 생협 전체를 총괄하는 일을 했던 필자가 생협을 어떻게 봤는지를 기록해두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기록과 증언에 도전해 보았다.
이 글은 기록과 해석이 물려있는 글이다. 즉 사실을 최대한 기존의 기록과 증언에 기초하여 연대순으로 정리하려고 했다. 그리고 해석을 써 나갔다. 그 것을 순서대로 쓰지는 못했다. 글을 쓰다 보니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잘 되지 않았다. 이번에 강의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청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후 다시 정리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글 중에는 필자가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들은 내용도 있다. 어떤 사실이나 사건은 각기 다른 증언이나 주장이나 해석도 있었다. 그런 경우 가능하면 역사적 사실을 먼저 찾아내고 거기에 해석을 붙이려고 하였다. 글 전체는 역사를 연대기 적으로 정리한 후 다시 중요한 조직에 대한 활동과 평가를 하였고 뒤에는 우리가 생협운동을 하면서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협동운동의 사례를 간략하게 정리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생협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장단기적인 과제를 찾아보았다. 이런 순서도 원래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고 흔들렸다. 과제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앞으로 생협운동을 하는 후배들이, 조합원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생협의 목적을 실현해 내려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10년 후의 생협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과거 50여 년 전 이동단위 농업협동조합을 했던 선배들은 자신들이 했던 활동을 농협운동이라 했다. 그런데 지금 농협의 직원들이나 조합원들 누구도 자신들이 하는 활동을 농협운동이라고 하지 않는다. 농협운동이라고 했던 선배들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없다. 30여 년 전 신협을 시작했던 선배들은 자신들이 했던 활동을 신협운동이라고 했다. 이 분들은 아직 많이 생존해 계시지만 오늘날 신협의 직원이나 조합원들 중에 신협운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생협은 현재 우리나라 협동조합 중에서 가장 원칙에 충실하고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도 대부분의 임원이나 활동가들은 생협운동이라고 하며 원칙을 놓치지 않으면서 변화를 해석하고 새로운 변화와 조우하며 생협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반성과 평가, 해석과 실천을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생협 역시 머지않아 운동이 낯선 단어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올바르게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생협의 선후배 동지들과 함께 우리 역사를 정리할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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